ETOPS 안전운항에 필수 규정

[ETOPS - 안전운항에 필수 규정] 엔진 두개로도 태평양 횡단 거뜬

현재 민간 항공기 중에서 엔진이 가장 많은 비행기는 보잉사의 B747시리즈이다. 막강한 추진력을 가진 4개의 엔진이 350톤이 넘는 기체와 400여 명의 승객을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들 엔진은 각각 5만 2천에서 6만 파운드의 추력을 내므로 4개 엔진을 다 합치면 20만 파운드가 넘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B747기는 태평양과 대서양 등을 넘나드는 장거리 노선에 투입되는 대표적 기종이다.

하지만 점차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엔진의 출력이 증가하고 성능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짐에 따라 엔진 2개만을 가진 비행기들도 대륙간을 넘나드는 장거리 노선을 힘들이지 않고 다닐 수 있게 됐다. 그 대표적인 항공기들은 B767과 B777시리즈로서 이들 항공기들은 2개만으로도 B747에 못지 않은 추진력을 내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고 있다. 실제 B777의 경우 엔진 하나가 9만 파운드의 추진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엔진이 강하다고 해서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쌍발 항공기들이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넘나드는 장거리 비행을 안전하게 수행한다는 신뢰도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ETOPS(Extended-Range Twin-engine Operations) 규정이다.

1985년에 미 연방항공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이 제정한 이 규정은 쌍발 항공기가 운항 중 두 개의 엔진 가운데 하나가 꺼지는 경우, 회항 또는 대체공항에 안전착륙하기까지 운항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을 규정하고 있으며, 미 FAA는 자국 영토에 취항 중인 항공사 중 몇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항공사에 최대 운항시간 180분을 허용하고 있다. 즉, 180분이란 한 개의 엔진만으로도 대체공항까지 순항할 수 있는 최대시간을 의미한다.

그 조건들이란 우선 해당 항공사의 기체 및 엔진 신뢰성이 높아야 하며, ETOPS 운항에 필요한 비행계획이 수립돼 있어야 하고, 엔진의 신뢰성을 나타내는 ‘IFDS Rate(비행중 정지율)’이 5만 시간 당 1회 이하이어야 하며, 1개의 엔진이 꺼진 상태의 순항속도로 180분 이내에 도달 가능한 대체공항이 있는 항로를 운항해야 하는 것들이다. 사실 서울을 출발한 비행기들이 미주나 하와이 등에 최단 직선 거리로 운항하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육지를 끼고 운항하는 안전노선을 지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미 FAA의 ETOPS 규정은 쌍발기를 운항하는 모든 항공사에 적용돼 무리없이 실시돼 왔고, FAA는 이러한 ETOPS 경험상 높은 신뢰성 및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 180분을 200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B777기종으로 태평양을 ETOPS 규정에 따라 운항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을 비롯, 아메리칸 에어, 중국 남방항공, 콘티넨탈 항공 등이 있으며, 대서양 노선은 에어 프랑스, 영국항공, 말레이시아 항공, 유나이티드 에어 등이 있다. 또한 B767기종으로 태평양을 넘나드는 항공사로는 에어 캐나다, UPS, 캐나디언 에어 등이 있으며 대서양 구간은 유럽의 30여 개 이상 항공사들이 ETOPS 규정에 맞춰 운항하고 있다.

그밖에도 B757, B767 및 B777항공기를 이용해 ETOPS항공사들은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을 월 1만 9천여 회 이상을 운항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항공이 1993년 3월 A330-600항공기에 대한 당국의 운항인가를 필두로 MD-80, B777 및 A330 항공기에 대한 인가를 취득해 7년여간의 ETOPS 운항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오고 있다.

단발 프로펠러기로 대서양을 횡단했던 린드버그 이래 1998년 대한항공의 지원 아래 경비행기로 세계일주에 성공한 이주학 씨에 이르기까지 경비행기로도 대양 및 대륙을 횡단한 사례는 종종 있었다. 강력한 제트엔진과 최첨단 기재들을 가지고도 이러한 엄격한 조건과 규정을 준수해야 하는 ETOPS 규정은 수많은 승객을 수송하는 중대형 여객기의 안전 운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대변하는 예인 것이다.

[출처] 대한항공 스카이뉴스